서울 마포구 성산동 610-3번지
공간공방 미용실 (space workshop, miyongsil)

© 2012 miyongsil

성산동 인서네 집

설계 : 2015.1 ~
시공 : ~2015.2
program : 주택
floor area : 65㎡ (20평)
location :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client : 인서네 가족
material :
- 천장 : 콘크리트 노출 위 수성 아크릴 도장/일반합판 E0
- 바닥 : 기존 마루 존치/강화마루/기존 시멘트 미장위 아크릴 코팅
- 가구 : 일반합판 E0/수성바니쉬 도장

design : 미용실
construction : 미용실
photo : 미용실

작지만 다양한

90년대 초반에 지어진 다세대 주택의 한 세대에서 7년째 거주하고 있는 가족의 공간을 새로 고친 작업이다.

설계 전, 의뢰인의 첫번째 메일에는 가족 구성원의 각자 다른 성격, 취향, 요구사항들이 배려 가득히 적혀있었고, 우리는 그 때부터 어렴풋이 이 공간이 변화해야 할 방향을 잡아나갔다. 가족이면서 동시에 서로 존중받는 개인들이 모여사는 집인 것이다.
20평 정도의 넓다고는 볼 수 없는 전체 공간을 한 가족에게 필요한 공간들뿐만 아니라 세 명의 개인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짜피 크지 않은 집, '넓어보이는' 시각적 효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잘게 분할하여 작지만 다양한 기능과 감각의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거실 없애기

한국식 현대 주거에서 전형적인 거실의 풍경은 한 쪽 벽에 쇼파가 있고 그 반대편 벽에 TV가 있으며 가족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앉아있는 모습이다.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TV를 매개로 그나마 가족들간에 대화가 오고가는 쉬는 시간이다. 이 집의 거실도 그랬는데, 집이 좁다 보니 거실 전체를 TV 공간으로 쓰기에는 좀 아까웠다.

한편, 이 집의 부엌은 여성의 공간에 비중을 두지 않았던 옛날 한국식 부엌으로, (심지어 '식모방'이라 불리웠던 부엌을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방도 있다) 싱크대와 냉장고가 소규모로 빠듯하게 들어가도 번듯한 식탁 놓을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손님이 잦은 이 집은 거실에서 상을 펴는 일이 다반사였다. 거실은 이미 TV 공간뿐만 아니라 식당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거실에 상을 펴고 먹기 시작하면, 부엌은 왕따 공간이 된다.

또한, 한국식 아파트형 평면의 특징 하나는, 한 쪽 편이 해가 잘드는 발코니이거나 발코니를 확장한 통유리 공간인 것이다. 전통 건축에서 외부와 관계될 수 있게 한 대청마루 공간을 코스프레 한 것인데, 주로 창고 또는 빨래건조용 공간이 되거나, 확장되어 거실의 '넓어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돕는데 사용된다. 정작 외부공간을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집의 거실을 TV 보고, 식사하고, 대화하고, 집 밖을 잘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이동식 수납장으로 칸을 나누어 부엌 쪽으로는 확장형 식탁을 놓고, 창가로는 캠핑용 의자와 TV장을 놓았다. 별로 놓은 건 없는데 꽉 찬 공간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거실'하면 떠오르는, 탁 트인 공간은 없어졌지만, 이 집의 거실이 있던 자리에는 부엌을 마주하는 식사 공간과 집 밖과 집 안의 기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생겨났다.

3개의 방은 9개의 공간으로

세 개의 방은 한국식 명칭으로 안방(부부방), 자녀방, 옷방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각 방은 다시 그 내부에서 여러 용도로 분할되어 딱히 방을 이름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엔 불충분하다. 예를 들면, 옷방의 한가운데에 맞춤 제작된 장롱 두개가 'ㄱ' 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 장롱을 지나 골목같은 공간으로 돌아 들어가면 남편분이 주로 사용하게 될 0.4평짜리 공부방이 나온다. 이 방은 공부 공간, 옷 바꾸는 공간, 골목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다. 2평 남짓한 부부방에는 이불 및 옷 등을 수납할 수 있는 평상같은 가구를 놓았는데, 이 가구의 바닥 면적은 방의 60%정도나 되어, 원래 방바닥이 오히려 푹 파진 것 같다. 그래서 이 공간은 땅을 파고 들어가 앉아있는 듯한 아늑함을 주는 아내분의 독서 공간이다. 평상 위는 평소엔 침대처럼 사용되다가, 가끔 손님들이 오시면 상을 펴고 노는 평상이 된다고 한다. 드레스룸이 평면적 분할이라면 부부방은 단면적 분할이다. 자녀방은 좀 더 복합적이다. 이 집의 가구들은 본래의 기능에 덧붙여 벽이나 바닥으로 사용되며 공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래서 이 집에는 텅빈 정육면체의 방이 없다. 대신에 골목같은, 다락같은, 평상같은, 벙커같은, 독서실같은 '공간'이 있다. 이 집이 가진 물리적 조건들 속에서 용도에 맞추어 이리저리 만들다보니, 이상한 공간들이 생긴 것이다. 이 공간들은 이상하게 생겼으니까, 아마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더 적절한 쓰임새를 찾아갈지도 모르겠다.
완공 후, 이 집의 가족들과 지인분들이 함께 짧은 기원문을 현관 앞에 써붙이는 것에 참여를 부탁받고, 생각했다. 이 공간은 '한 가족의 집'일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세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같다고.